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이 어학병의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어학병 소속 부대의 정확한 위치와 세부적인 편제사항, 내부 시설,
병력현황 등에 대한 모든 내용은 특수 군사 II급비밀로 분류

이러한 사정을 이해해 달라.


이 글의 제목은 군이라는 공간을 요약하는 제목이다. 그 공간은, 그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더러운 일을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하는 장소라는 것 말고도 , 정신적으로 부담되는 일도 자신의 임무인 만큼 해야 할 때가 많으며, 이 정신적인 부담이란 내가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하게 되는 일들이 태반이며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그런 장소이다. 난 이러한 일련 상황을 지켜보았때, 영화 Fury에서 전차장인 War Daddy가 신병에게 적군 포로의 등에 총알을 박아 넣으라는 말을 신병이 전쟁에서 적응을 하기 쉽도록 충격요법(galvanize)을 "배려"해주는 장면이 곧 잘 생각나곤 했다. 

 

 누군가의 입을 대신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들이 많다, 욕도 본인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일도 많으며, 분노도 누군가를 대신해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 억울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이유 때문에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기보다는 "죄송합니다" 한마디로 상황을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책임은 아니지만, 그 뒤에 돌아오는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를 후에 정리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일을, 당장은 모든 책임을 지는 일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그나마 어른스러운 행위다. 혼내기 싫은 일도 아니 혼내야 하는 일을, 싫은 소리 하는 상황 속에서 좋게 타일러야 하는 상황 속에서 좋게 타일러 가르침을 주는 상관이 있는 반면에, 자신의 책임을 부하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은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가 그나마 감사한 상관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당신의 군생활에 심심한 유감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Fury 에서나오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을 때, 훌륭한 군인의 모습도 아닌 당장 만난 인연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은 빠르게 돌아가는 군에서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병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충격요법으로 전장에 빠르게 적응을 시키는 것이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생활관에서는 내가 그곳에 있었을 적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던 지라, 누군가 혼내는 것을 싫어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냥 내가 먼저 가서 혼내는 경우가 잦았었는데, 이는 부대에 있는 다른 간부한테 혼나기 전에 사전에 그 앞에서 내가 먼저 혼냄으로써 상황을 미연의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에게는 단순히 못된 선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가끔은 이러한 상황이 연출될 필요는 있었다.

 

이제 사무실에서는, 아무리 계급이 높아도 나는 막내 중에서 막내, 여기저기 불려 가는 삶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입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군 측 간부들이 가끔 깜박하는 순간이 많아 그 대화내역 중에 자신이 상한 감정을 그저 전달하는 메신저인 통역에게 쏟아내는 경우도 많았었는데, 별도리가 없이 그것을 들어주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말을 평생 군이라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간부들이 듣는 것보다는, 일종의 소모품인 우리들이 듣고 희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행위자체는 양날의 검이 되었다. 자동차의 범퍼가 된 것처럼, 간부님들 입장에서는 나의 역할은 충격완충제였지만, 나의 입장에서 나의 역할은 충격을 그대로 받고 있으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몇 번 흘려주고 다시 한번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일병 때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병사들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부에서는 "당신들의 행위가 작은 외교관임을 알고, 국가를 대표함을 알고 항상 행동에 주의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리곤 했었는데, 이 말은 병사들을 생각한 게 아니라 당연히도 간부들을 더 생각한 것이었지만, 그 말을 들었을때 들은 생각은 역시나 "윗사람들은 알리가 없다.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근간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니 설령 안다고 해도 부면 "그건 너네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이렇게 말을 하겠지. 

 

 

적당히 보여줘야지 그들은 만족한다

 


내 직속 통역장교님이 딱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열정적이고, 자상한, 한 명의 아버지라는 생각이 드는 그의 존재지만, 군에 와서는 그러한 것은 필요 없이 FM을 좋아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좋아하는 도전정신이 넘치는 특전사령부출신의 남자였으니까. 그와 달리 "적당히 적당히 하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 하는 나의 스타일은 맞지 않았고, 상관인 그에게 맞추기 위해 때로는 자처해서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곤 하였다.

 

그에게 사람취급을 받는것은 병장이 되고 나서야 일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덕분에 문장이나 단어의 조화가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병이 생겨버렸으니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양날의 검인 그 장소, 군대라는 장소를 내 동생들에게는 반드시 가라고 하는 편이지만 막상 가게 되면 내가 걸어온 고통의 길을 걷이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물론, 내 말을 듣고 안 듣고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달려있지만 말이다

 

 


지금도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이 3명 정도 되는데,

사고만 안치고 변하되 너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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