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BBC News 코리아의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트럼프, '이란 전쟁' 대국민 연설 평가는 - BBC News 코리아
이란과의 전쟁 상황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이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전문가의 인터뷰가 교차하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 트럼프 대통령은 압도적인 승리를 선언하고 있었지만,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내 머릿속을 맴돈 질문은 단 하나였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이 짧은 영상을 보며 느꼈던 복잡한 생각들을 가볍게, 하지만 조금은 깊게 정리해 보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에픽 퓨리' 작전을 통해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타격을 입혔다고 자평했다.
이란의 해군력을 사실상 지워버렸고, 미사일과 드론 공장들을 산산조각 냈다는 것이고, 테러 지원국이 핵을 가지는 일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으로 된 것은 좋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완벽한 군사적 승리인데. 미국은 언제나 그랬듯 자신들의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했고, 적의 주요 시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파괴했다는 사실 자체가 진정한 의미의 승리를 담보하는 것일까?
이것으로 무엇을 얻는건가?
이 지점에서 이보 댈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의 인터뷰는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 해주는데.
미군의 타격 능력은 경이롭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을 이루려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무기 공장 몇 개를 파괴한다고 해서 이란 정권의 근본적인 행동 양식이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의 이 파국이 어디서 시작되었느냐는 점인데. 이 모든 촌극은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시작되었다. 핵을 막겠다며 외교의 판을 뒤집어 엎어버렸고, 그 결과 이란은 오히려 우라늄 농축을 60%까지 끌어올렸다.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고집이 오히려 통제 불능의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이 영상을 보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트럼프라는 리더의 시야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컷다. 과거 미국이 개입했던 전쟁들에는 최소한의 도덕적 명분이 있었다. 우리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거나, 미국만의 일방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보편적 세계 질서 수호자로서의 명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라기보다는,
눈앞의 세력 과시에만 몰두하는 한 주의 주지사 정도의 시야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이러한 파괴의 스펙터클에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이념이나 도덕을 넘어선, 압도적인 '힘의 과시'에 매료되는 인간의 근원적 열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복잡한 외교적 해법보다는 눈앞에서 적의 시설이 폭파되는 직관적인 쾌감이 대중의 불안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명분 없는 전쟁 속에서도 이 원초적인 심리를 정확히 파고들어 정치적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참혹하다. 가장 뼈아픈 질문을 던져보자. 그래서 이 전쟁으로 미국이 얻는 이득이 정확히 무엇인가? 무력에만 의존하는 일방주의는 오랜 동맹국들의 신뢰마저 좀먹고 있으며,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달러 패권마저 스스로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제 누가 미국을 믿겠는가?
오히려 이 출구 없는 소모전 속에서 가장 큰 미소를 짓고 있는 진짜 수혜자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다. 미국이 명분 없는 전쟁에 막대한 비용과 외교적 자산을 쏟아붓는 동안, 이들은 중동을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조용히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헛발질이 경쟁국들에게 가장 완벽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근심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행동은 국제 질서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세계는 더 이상 단일한 초강대국의 선의나 우산을 맹신하지 않고, 철저히 다각적이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다. 국제기구의 권위는 추락했고, 그 누구도 서로를 믿지 않는 각자도생의 야만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정글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이제는 미국의 자본주의나 자유주의 같은 이념적 가치에만 기대어 안도할 수 없다. 철저한 지정학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이념을 넘어 신남방 정책 등 주변국과의 다각적이고 실용적인 연대를 모색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단, 이 각자도생의 판에서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연대하되,
"믿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냉정한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생존 전략이다.
이 파멸적인 굴레를 멈출 브레이크가 있을까? 아쉽게도,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극적인 해결책은 보이지가 않는다. 무기 공장이 잿더미가 된 배경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하겠지만, 그것은 어떤 정치적 해법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그저 국가적 레벨에서, 또 무고한 개인적 레벨에서 영원히 반복될 죽음의 굴레를 한 번 더 강하게 굴려버렸을 뿐이다.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면, 폭주하는 지도자들 뒤에서 묵묵히 합리적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각국의 이성적인 실무진들, 그리고 맹목적인 파괴에 제동을 걸어줄 깨어있는 국민들의 역할이 제 기능을 다해주기를 기원할 뿐이다.
이성과 외교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인간의 원초적 열망과 맹목적인 폭력.
그 씁쓸한 현실을 유튜브 영상 하나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