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리::道理

@Salieri2026. 3. 30. 17:45

아무래도 이 두려움의 근원은, 지금 당장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불꽃이 가득한 불확실성의 시작이라서 생각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개인의 자유와 성취만이 유일한 동아줄처럼 여겨지는 '효율의 시대' 속에서 이 막막함은 수시로 나를 짓누른다. 인간관계조차 필요에 따라 쉽게 맺고 끊어지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나를 다잡기 위해 마음에 품고 사는 가치가 있다.

 


 

다름 아닌 유교적 가치인 '삼강오륜(三綱五倫)'인데

 

누군가는 시대착오적이고 고리타분한 유교적 굴레라며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불꽃 같은 불안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최신식 생존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를 초월하는 따뜻한 인간애와 관계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유교적 가치를 지키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 가면 무조건 찾는 장소기도 하니까) 

 

내가 삼강오륜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수직적인 억압'이 아니라, '책임과 존중'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강(三綱)의 본질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해야 할 마땅한 책임에 있다.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의 도리는 현대의 언어로 바꾸어 말하면 리더와 구성원, 양육자와 보호받는 자, 그리고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반려자 사이의 상호 존중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긍휼히 여기고 책임지며,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중하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마땅히 지켜야 할 선을 지키고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관계는 굳건해지며, 그 굳건함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나아가 오륜(五倫)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맺는 모든 관계에 대한 다정한 나침반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조건 없는 가족의 사랑과 유대감을, '군신유의(君臣有義)'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맺는 공적인 관계에서의 신의와 정의로움을 뜻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차별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라는 지혜이며,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앞서 살아간 이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뒤따라오는 이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질서다. 마지막으로 '붕우유신(朋友有信)'은 이해관계를 넘어선 친구 사이의 깊은 믿음을 가르친다.

 

그리고 분명, 타지에서 계속해서 삼강오륜의 가치를 그리워하는 것은,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서구식 사회가 내가 사랑하는 가치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곳의 문화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만,동시에 서늘할 만큼 차갑게 느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책임이라는 짐을 나누어 지고, 마땅한 도리를 다하며 촘촘하게 얽혀 살아가는 그 끈끈한 온기가 부재한 곳에서,

 

나는 종종 길을 잃은 듯한 헛헛함을 느낀다.

내 심박 의 소리가 나를 감싸안고 잇으며,

내가 보는 세상이 나를 다시한번 질문하게 한다. 

 

끝없이 느껴지는 이 짙은 괴리감은 때로는 나를 온통 감싸 안으며, 내 안의 단단했던 것들을 조용히 좀먹어 들어간다. 이 감정의 고통은 너무나 선명하며. 타지의 차가움이 붉게 타오르는 쇳물 같던 나의 마음을 식혀 겉으로는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내 안의 소중한 따뜻함마저 식어가는 것 같아 불안의 색채이다

 

우리가 불확실성 앞에서 맹렬히 두려운 이유는, 어쩌면 나아갈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함께 걸어갈 사람'에 대한 믿음이 옅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 사이의 마땅한 도리(道理)가 무너진 자리에는 이기심과 상처만이 남아 사람의 색상을 잃게 만든다. 결국 삼강오륜이 내게 말해주는 것은 단 하나,

 

"우리는 결코 혼자서 이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갈 수 없으며, 타인과 어떻게 굳건히 관계 맺고 연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나는 왜 이 낡은 윤리를 곁에 두고 자꾸만 되새기는가.

 

누군가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지마라, 나는 속으로 가만히 자문해 본다. '결국 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저 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에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벗이 되고 싶고, 제 몫을 다하는 어른의 흉내라도 내보고 싶으며, 가족에게는 조용한 피난처가 되어주고 싶은 것이.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렇게라도 타인과 체온을 나누지 않고서는 이 차가움을 도저히 배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첨단으로 달려가고 내 앞길이 불확실함으로 요동쳐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버티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온기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각자의 책임을 다하고, 굳건한 믿음으로 연대하는 것. 그것은 고결하다, 계산과 효율이 지배하는 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기꺼이 서로의 무게를 나누어 지겠다는 가장 아름답고 인간다운 다짐이기에 고결하거늘, 그 고결함과 순함을 우리는 잃어간다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내 온기가 식어가는 두려움을 안고도 내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이자, 유교적 가치를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전통적인 가치가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만::欺瞞  (0) 2026.04.04
자아  (0) 2026.04.03
영혼  (0) 2026.03.29
생각 #10001  (0) 2026.03.25
요즘 AI로 만든 웹사이트에서 IQ 알아내기  (0) 2026.03.22
Salieri
@Salieri :: 살리에리의 인생살이 채널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것과 싫어하는 것들 그리고 왜 안되나 싶은 것들을 업로드 하는 블로그입니다 인생살이도 업로드 하고있어요. 제가 걸어온 길이 당신에게 있어서 도움이 되는 이정표였으면 좋겠네요. 질문은 항상 넓은 마음으로 받고있답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아닌 이상 제에게 이메일을 써주세요 트위터 : https://twitter.com/@Salieri1845799 깃허브 : https://github.com/salieri009

공감하셨다면 ❤️ 구독도 환영합니다! 🤗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