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이 어학병의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어학병 소속 부대의 정확한 위치와 세부적인 편제사항, 내부 시설,
병력현황 등에 대한 모든 내용은 특수 군사 II급비밀로 분류
이러한 사정을 이해해 달라.
군에서는 때론 어떤 일화 때문에 사람들에게 별명이 생기고는 한다. 이 이야기는 나의 사무실 별명 "욘두"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군 생활도중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말하고 싶다. 한창 코로나가 끝나가는 2022년의 중순의 기억이었다. 나와 함께 14년을 함께하던 강아지도 유명을 달리했었고,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나와 연락을 곧 잘하던 친구의 자살 소식에 그리고 5년 동안 울고 웃었던 친구관계도 무너지고 있었을 때.
내가 군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 그 자체로써도 기적이었다.
내가 힘든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고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미 내 주변이 들은 나의 변화를 쉽게 알아차렸었다. 왜냐하면, 거의 하루종일 입에 담배만 물고 있었으니까. 그런 사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본부대장은 나에게
정신과 상담을 하면 어떻겠냐 하는 이야기도 오갔었고,
행보관님도 작업이든 뭐든 군대에 미련이 없는 나의 모습을 이해하는 듯하였다.
세상이 싫었다. 아니 군이라는 공간 자체가 싫었다. 그리고 이 울분을 외칠 대상도 없었다.
정신과 상담을 요청해주신것은 감사하지만,
다른 이들도 자기만의 사정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요청은 없는 것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머리를 숙이고도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하루하루 군 생활을 하고 있었었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아니 말할 대상도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내 가족에게 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선 걱정이라는 짐을 더 늘릴 뿐이니까. 그런 마음을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이야기로 한없이 위로의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머릿속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었다. 아니 물리적인 충격이라기보다는 강한 변화를 향한 욕구가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머리를 해병대 컷으로 잘라보자
이발병에게 부탁했다, 그냥 미친척하고 머리를 잘라달라고, 이 심경의 변화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더 큰 변화를 줌으로써 변화를 원했다. 어차피 군인에게 있어 한없이 멋 부린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까. 중요한 건 당장의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해병대 머리로 했다. 가장 엉뚱하고, 어색하고, 그리고 멍청해 보이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지을 필요가 있었던 것. 그리고 규정상에 없는 일이다. 짧은 머리를 하라고 하였지, 어떠한 스타일로 짧은 머리로 하라고 하는 언급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병대 머리로 자르고 사무실에 갔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별명은 "욘두"가 되어있었다.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것을 의도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내 의도대로 돌아가는 상황이 펼쳐져있었다는 것이 내 마음속에 안심을 가져다주었다.
눈물을 흘릴 거면 보이지 않은 곳에서 해라, 하는 말을 지키기 위해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는 했었지만, 그때만큼은 기억이 난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아니 그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소리 없는 울분을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감정으로 했던 변화.
다른 이들은 그냥 좀 이상한 형이고 엉뚱한 형이라고 하겠지만, 나를 통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야 그만큼 위로가 되는 경우가 없었으니까. 덕분에 내가 전입왔을때 분위기하고 전역할 때의 분위기하고의 군대는 충분히 달라져있었다.
지금은?
지금은 그때를 후회하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 벼랑 끝에서 살펴보는 나의 모습이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게 되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야 또 다른 방법으로 대처를 하는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하고는 있는데, 그 시도의 결과는 역시 처음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남을 만큼 대 실패인 것도 있지만, 좋은 교훈이 더 많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러한 경험이 있어 같은 실수를 하거나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그들에게 필요한 공감을 할 수있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합리화인 경향이 강하지만 말이다.
입대전(2021년)
다시 돌아가라면
내 동기가 있는 조건 하에 다시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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